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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세 비중 60% 육박...집값하락, 역전세난 심화

박근종 칼럼리스트 | 기사입력 2023/07/03 [08:42]

월세 비중 60% 육박...집값하락, 역전세난 심화

박근종 칼럼리스트 | 입력 : 2023/07/03 [08:42]

지난 5월 서울을 비롯한 전국의 아파트, 빌라, 단독주택, 오피스텔 등 주거시설의 임대차 거래에서 월세가 차지하는 비중이 60%에 육박하며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최근 집값 하락에 따라 깡통주택이 늘어나고 전세 사기 사건이 잇따르면서 주춤했던 전셋값이 다시 오르기 시작한 데다가 하반기에 대규모 역전세난이 심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보증금을 떼일 우려가 적은 월세를 선호하는 세입자가 늘어났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 사진/박근종 칼럼리스트

지난 6월 27일 대법원 등기정보광장의 확정일자 통계를 보면, 지난 5월 전국의 아파트·빌라·단독주택·오피스텔 등 주거시설 임대차 계약 25만 7,183건 가운데 월세로 임대차 계약을 맺은 물건은 14만 9,452건으로 58.1%에 이른 것으로 나타났다. 관련 통계가 공개되기 시작한 2010년 7월 이후 가장 월세 비중이 높은 역대 최대규모다. 특히 서울은 지난 5월 확정일자를 받은 전체 8만 358건 가운데 월세가 4만 7,793건으로, 59.5%에 달했다. 역시 2010년 조사 이래 역대 최대 비중이다. 경기도의 월세 비중은 55.0%, 인천은 51.9%를 기록하며 각각 지난해 5월(56.7%, 53.5%) 이후 1년 만에 가장 높았다. 전국적인 월세 비중은 1월 54.7%에서 2월 56.1%로 늘었다가, 3월 이후 주택 임대시장은 시중은행의 주택자금·전세자금 대출이자가 연 3∼4%대로 낮아지면서 아파트를 중심으로 전세 비중이 늘고, 월세는 3월과 4월에 각각 54.3%, 52.8%로 두 달 연속 감소했으나 5월 들어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역전세 우려가 커지면서 월세 비중이 다시 58.1%까지 고공 행진한 것이다.

전세제도는 오랜 기간 임대인에겐 사금융으로, 임차인에겐 주거 사다리 수단으로 존속해왔다. 집주인인 임대인은 세입자로부터 전세보증금을 받아 금융기관을 통해 이자수익을 얻거나 전세를 끼고 적은 비용으로 주택을 매수하는 등 지렛대 효과를 이용해 자산 증식의 수단으로 활용하고, 세입자인 임차인은 저리의 전세자금 대출을 받을 수 있는 데다 임대료 부담 없이 보증금을 맡겼다가 계약 만기 후 돌려받는 식으로 주거비 부담을 줄여 내 집 마련의 발판으로 삼아온 세계에서 유일하게 우리나라에서만 존재하는 임대차 형태이다.

전세제도는 제도금융이 낙후했던 시절에 살고(Live) 싶은 집과 살(Buy) 수 있는 집과의 간극을 좁혀주는 역할을 하며 월세보다 선호와 각광 속에 자연발생적으로 자리를 잡아 왔지만, 법적으로 보호받지 못하는 사각지대가 여전히 많은 가운데 집값 상승기에는 전셋값도 덩달아 상승하고, 집값 하락기에는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역전세 현상으로 세입자들의 극단적 선택이 잇따르는 등 부작용도 속출했다. 최근 들어서는 전세보증금을 이용해 매매가와 전세가의 차액으로 부동산을 소유하는 ‘갭(Gap)투자(집값과 전세보증금 차액만 갖고 집을 사는 것)’라는 신종 투기 방식까지 기승을 부리며 집값 폭등의 기폭제가 되기도 했다.

‘전세의 역사와 한국과 볼리비아의 전세제도 비교분석(2015년 6월 │ 국토연구 제85권 │ 김진유)’에 의하면 전세제도의 역사는 기원전 15세기 메소포타미아 문명으로 거슬러 올라갈 정도로 오래된 계약 형태일 뿐만 아니라 인도와 볼리비아 등의 국가도 전세제도를 이용하고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는 고려시대에도 유사 형태의 계약이 기록으로 남아 있는데, 현대와 같은 전세제도가 급속히 확산한 것은 전후 경제개발과 도시화가 본격화한 1960년대 이후다. 1970∼1980년대는 전국적으로 ‘집 장사’가 성행하며 연립·다세대 주택 등을 신축해 전세를 놓고 그 보증금을 발판으로 하여 또 다른 ‘집 장사’를 하는 형태가 널리 확대재생산 일로를 걸어왔다.

통계청 인구주택총조사와 국토교통부 주거실태조사를 살펴보면 1995년까지만 해도 전세가 29.7%, 월세는 전세의 절반 수준인 14.5%에 불과했는데, 2010년을 기점으로 월세(21.7%)가 전세(21.5%)를 역전했다. 2014년 전세 비중은 19.6%로 내려갔고 2016년 15.5%로 떨어진 뒤 최근 5년 이상 15% 초반대 비중이 지속하고 있다. 다만 최근 월세 비중 확대 흐름은 시장이 알아서 자율적으로 제자리를 찾아가고 있는 현상으로 이해해야 한다. 정부는 그동안 서민 주거 지원 차원에서 전세 보증보험 등의 제도로 전세제도를 지원해왔는데, 이제 임대차 시장이 월세를 중심으로 정착하도록 가용 가능한 모든 노력을 집주(集注)해야 한다. 현행 「조세특례제한법」은 총급여액 7,000만 원 이하인 무주택 세대주가 내는 월세액의 15%(총급여액 5,500만 원 이하 17%)를 소득세에서 공제하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공제율과 공제 한도를 각각 더 올릴 필요가 있다.

무주택 임차인과 서민·중산층의 주거비 부담을 덜어주자는 취지인데 월세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는 총급여액 7,000만 원은 2014년에 정해진 기준으로 그동안 물가와 급여 그리고 월세가격 상승을 고려하면 해당 기준도 조정이 시급하다. 실제 2014년 이후 소비자물가는 18%나 상승했고 근로자 월평균 급여는 290만 원에서 387만 원으로 33%나 상승했다. 최근 고금리 여파로 월세가격도 오르고 있어, 전세를 월세로 전환할 때 적용하는 전·월세 전환율은 기준금리보다 높은 6%까지 상승했다. 따라서 월세 세액공제 소득 기준도 현행 연봉 7,000만 원 이하에서 8,000만 원 이하로 상향해 세입자의 주거비 부담을 덜어줘야만 한다. 이러한 내용을 담은 「조세특례제한법」 일부개정법률안을 조속히 마련하여 올해 안으로 월세 중심의 세제개편(안)에 서둘러 반영하길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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